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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미세 생태계

도시 전선과 가로등에 서식하는 동물들: 의외의 서식지

by yellow-brown 2025. 1. 23.

목차

 

1. 도시의 인공 구조물, 새로운 서식지로

도시 환경은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물로 가득 차 있지만, 일부 동물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전선과 가로등은 다양한 생물들에게 피난처이자 사냥터, 혹은 번식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동물들이 이러한 인공 구조물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도시 전선과 가로등에 서식하는 동물들: 의외의 서식지

 

2. 박쥐: 전선을 따라 날아다니는 밤의 사냥꾼

박쥐는 도시의 전선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다. 많은 박쥐 종들은 야행성이며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데, 가로등이 해충을 유인하는 효과를 이용해 사냥 전략을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유럽과 북미에 서식하는 긴귀박쥐(Myotis bechsteinii)는 가로등 주변을 비행하며 빛에 유인된 곤충을 포착하는 행동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들은 숲에 사는 개체보다 전선이나 건물 벽을 따라 비행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행동 적응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3. 새들: 전선을 둥지 터로 활용하다

전선과 가로등 기둥은 일부 새들에게 이상적인 둥지 터가 된다. 대표적으로 참새와 제비, 그리고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류가 이러한 구조물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일부 도시에서는 철새인 제비(Hirundo rustica)가 둥지를 만들 장소로 가로등과 전신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점점 줄어드는 자연 서식지를 대신하여 인공 구조물을 이용하는 적응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까마귀는 전봇대 위에 나뭇가지와 금속 조각을 사용해 둥지를 짓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도시 환경에 맞춘 생존 전략 중 하나이다.

 

 

4. 곤충: 가로등 불빛에 모여드는 미세 생태계

가로등 불빛은 곤충들에게 강력한 유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중에서도 나방과 하루살이 같은 곤충들이 대표적이다. 2019년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도시 가로등이 곤충 개체 수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빛 공해(light pollution)는 곤충의 정상적인 이동 경로를 방해하며, 포식자인 새와 박쥐에게 더 쉽게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반대로 일부 거미들은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가로등 근처에 거미줄을 치고 효율적으로 먹이를 사냥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로등과 전선 주변은 곤충들에게 위험이자 기회가 공존하는 환경이 된다.

 

 

5. 도시 생태계와 인간의 역할

전선과 가로등이 다양한 동물들의 서식지가 된다는 점은 도시 생태계가 예상보다 더 복잡하고 역동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과 지나친 인공 조명 사용은 이러한 생물들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강한 조명은 박쥐의 사냥 패턴을 변화시키고, 지나치게 노출된 새 둥지는 포식자로부터의 위협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친환경적인 조명 설계나 야생동물을 고려한 도시 인프라 계획이 필요하다. 도시는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