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물과 역사|문화 이야기

단오날 머리 감는 물, ‘창포물’의 의미를 아시나요?

by yellow-brown 2025. 5. 28.

1. 단오의 아침, 머리 감는 특별한 의식

음력 5월 5일, 단오. 우리 고유의 명절 중 하나인 단오는 예부터 농경 사회의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이날은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졌고, 사람들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다양한 풍습을 실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풍습이 있었으니, 바로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것이었습니다.

단오날 아침, 이슬을 머금은 창포잎을 정성스레 따서 물에 우려낸 뒤, 그 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닦는 의식은 단순한 세정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한 해의 부정과 액운을 씻어내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행위였습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머릿결을 윤기 나고 튼튼하게 만든다는 믿음이 있어 매우 중요한 전통으로 여겨졌습니다.

단오날 머리 감는 물, ‘창포물’의 의미를 아시나요?

2. 창포란 무엇인가?

창포(菖蒲)는 늪이나 논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잎은 길쭉하고 선명한 초록색을 띠며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약용식물로도 널리 쓰여 왔고, 동의보감에서는 창포를 ‘귀가 어두운 것을 치료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은 단순히 향기나 머릿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포에 담긴 약성과 상징성을 생활에 접목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창포는 ‘악귀를 물리치는 식물’로도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단오 무렵에는 창포잎을 땋아서 문 앞에 걸어두거나,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몸을 보호하고 재앙을 막고자 했습니다. 이런 믿음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동아시아 전통문화 전반에 영향을 준 풍습입니다.

3. 향과 윤기, 미용과 건강을 위한 지혜

창포물은 단순한 상징의 도구가 아니라 실제로 미용과 위생 면에서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창포의 잎이나 뿌리에는 정유 성분이 있어 두피를 청결하게 해주고, 피지 조절과 진정 작용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 때문에 옛날 여성들은 특히 단오가 되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머릿결을 관리했습니다. 또 창포뿌리를 잘라 술에 담가 ‘창포주’로 마시기도 했고, 향을 즐기기 위해 머리빗에 창포즙을 발라두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의 샴푸나 컨디셔너 개념이 없던 시절, 창포는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고 두피 건강을 지켜주는 귀중한 자연 재료였던 셈이죠. 민간에서는 창포가 탈모를 예방하고 가려움을 완화한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4. 단오의 자연 신앙과 창포의 상징성

단오날 창포를 사용하는 풍습은 단순히 개인적인 건강과 미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교감, 자연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신앙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오 무렵이면 창포가 절정을 이루며 자라고, 그때가 되면 기운이 가장 강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 기운을 사람 몸에 불어넣기 위해 창포로 몸을 씻고, 나쁜 기운을 밀어낸다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창포와 함께 쑥도 단오의 대표적인 식물로 쓰였습니다. 쑥과 창포는 모두 향이 강하고 기운이 왕성한 식물로, 부정을 쫓는 데에 좋다고 믿어져 함께 활용되곤 했죠.

5. 전통의 향기를 되살리다

오늘날에는 단오를 명절로 크게 챙기지 않는 가정이 많지만,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은 여전히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방이나 천연 뷰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창포 성분이 들어간 천연 샴푸나 린스를 찾기도 하죠.

단오의 창포물 머리 감기 풍습은 단지 옛날 이야기로 잊혀지기엔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그것은 계절을 타고 흐르는 자연의 흐름에 귀 기울이고, 건강과 아름다움을 자연으로부터 얻고자 했던 삶의 철학이자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창포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의 향기와 함께 우리 조상들의 삶의 방식이 스며든 ‘전통의 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