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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미세 생태계

도심에서 발견되는 조류의 이주 경로와 중간 쉼터

by yellow-brown 2025. 2. 7.

목차

 

도심에서 발견되는 조류의 이주 경로와 중간 쉼터

도심에서 발견되는 조류의 이주 경로와 중간 쉼터

1. 도심 속 이주성 조류: 어디에서 어디로?

새들은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대표적인 생물 중 하나다. 특히 이주성 조류는 번식기와 월동지를 오가며 거대한 거리를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시베리아, 몽골 등지에서 번식한 조류가 가을이 되면 남쪽의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한국은 이들 조류가 경유하는 중요한 중간 기착지이며, 서울, 부산, 인천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다양한 이동성 조류가 관찰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을 통과하는 철새 중 대표적인 종으로는 청다리도요새(Tringa nebularia), 알락도요(Calidris alpina),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 등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하천 주변이나 공원, 도시 외곽의 녹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조류들이 전통적인 중간 기착지를 잃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머무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 예상치 못한 쉼터: 도심 속 조류의 새로운 중간 기착지

이주하는 조류들이 머무는 중간 기착지는 전통적으로 습지, 강변, 농경지였다. 하지만 도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일부 새들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도심의 고층 건물 옥상, 도로변 가로수, 도심 하천이 있다.

서울에서는 한강의 작은 섬들이 철새들의 임시 쉼터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다. 밤섬의 경우,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가마우지, 백로 등이 번식하는 주요 서식지가 되었다. 이처럼 인간의 간섭이 적고 먹이가 풍부한 도심 속 공간이 철새들에게 중요한 쉼터가 되고 있다.

또한, 공원 내 연못이나 저수지도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2021년 국립생태원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 남산공원과 올림픽공원 내 인공 연못이 도요새와 청둥오리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도심 속 공간들은 조류들이 장거리 이동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도심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3. 도시 조류 이동 경로의 변화와 그 원인

기후 변화와 도시화는 조류의 이동 경로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철새들이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종들은 새로운 이동 경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온 상승, 서식지 감소, 먹이 부족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한국을 경유하는 흰기러기(Anser albifrons)의 경우, 과거에는 금강 하구와 서해안 갯벌을 주요 기착지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서해안 갯벌이 개발되면서 이들의 기착지가 일부 내륙 습지나 대도시 근처의 하천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22년에는 서울 한강 상류에서 수백 마리의 흰기러기가 관찰된 바 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이동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장기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서울에서 관찰되는 철새들의 도래 시기가 평균적으로 1~2주가량 빨라졌다. 이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번식지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4. 도심 속 이주성 조류 보호를 위한 노력

도시가 확장되면서 철새들이 머물 수 있는 중간 기착지가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도심에서도 조류의 이동을 돕기 위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인공 서식지 조성, 녹지 확대, 조류 친화적 건축 설계 등이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철새 보호를 위한 '도심형 조류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에서는 템스강 주변에 철새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도심 내 습지를 조성하여 철새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도 인천 송도 갯벌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을 찾는 저어새(Platalea minor) 등의 보호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빌딩의 유리창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류 보호 스티커 부착도 중요한 조치다. 조류는 투명한 유리를 인식하지 못해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공공건물에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5. 조류와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를 향하여

도시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생물들이 도심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철새들 또한 그중 하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가로수, 공원, 하천은 철새들에게 중요한 쉼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도심에서도 조류 보호를 위한 작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철새 보호는 단순한 동물 보호를 넘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류는 해충을 조절하고, 씨앗을 퍼뜨리는 등 자연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앞으로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도심 속에서도 철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