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한 끼, 삼겹살에 상추 한 장 툭 올려 싸먹는 맛은 정말 별미입니다. 그런데 늘 습관처럼 먹던 이 상추가 젊은 층 대장암 발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상추가 대장암 원인?’이라고 하면 귀를 의심하게 되지만, 최근 영국 보건당국의 발표와 연구 결과는 이 식탁 위 채소에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STEC, 그냥 대장균이 아닙니다
영국 보건당국은 최근 7년 사이, 상추에서 흔히 검출되는 STEC(Shiga toxin-producing E. coli, 시가 독소 생성 대장균) 감염 사례가 무려 10배나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장균은 일반적인 식중독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독성이 강해, 감염 시 대장뿐 아니라 신장까지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STEC는 ‘콜리박틴’이라는 독소를 생성해 대장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혈변을 동반한 설사, 격심한 복통, 구토, 발열 등의 급성 증상을 일으키며, 일부 환자에게는 장기 손상 및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채소가 대장암 원인이 된다고?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의 전염병 전문가 폴 헌터 교수 연구팀은 상추와 관련된 STEC 감염 사례 35건을 분석했습니다. 그중 8건은 채소 가공 과정 중 위생 미비, 6건은 재배지 인근의 동물 배설물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즉, 채소 자체보다는 관리되지 않은 유통・재배 환경이 감염의 핵심 요인인 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잎채소류에서 발생하는 STEC 감염이 전체 대장균 감염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상추는 표면이 주름지고 거칠어 세균이 쉽게 달라붙고, 일반적인 세척으로도 완전히 제거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생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감염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기후 변화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주로 여름철에 증가하던 STEC 감염이 최근엔 계절에 관계없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기후 변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적인 폭염 이후 집중 호우가 내리면, 가축 배설물이 포함된 오염된 토양이 빗물에 섞여 밭으로 유입되면서 작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실제로 재배지와 주변 환경이 유기농이나 친환경이라 해도 통제하기 어려운 자연적 리스크로 남습니다.
“껍질 없는 채소가 더 위험하다”
헌터 교수는 “잎채소는 껍질을 벗기거나 조리하지 않고 먹는 식품이라 감염 위험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오이, 토마토, 피망처럼 생으로 먹는 채소들도 있지만 이들은 잎채소와 달리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땅에서 떨어져 자라는 경우가 많아 오염 정도가 낮은 편입니다.
반면, 상추를 비롯한 치커리, 로메인, 청상추, 샐러드믹스 같은 잎채소는 그 특성상 표면이 오염되면 쉽게 내부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설령 세척해도 완전한 제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상추는 먹지 말라는 이야기일까?
그렇다면 상추를 먹지 말아야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세척과 보관에 더 신경 써야 할 채소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잎채소를 섭취할 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 흐르는 물에 최소 3번 이상 헹굴 것
- 손으로 주름진 면을 문지르며 씻을 것
- 식초물(물 1L에 식초 2큰술 비율)에 1분간 담갔다가 헹구는 ‘담금 물 세척법’ 활용
- 세척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냉장 보관하기
이렇게만 해도 잎채소에 붙어 있는 대부분의 박테리아와 농약 잔류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먹는 방식, 아는 만큼 더 안전해진다
우리는 매일 식탁에서 수많은 채소와 마주합니다. 하지만 그 채소들이 어떤 환경에서 길러졌고, 어떤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지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상추 한 장에도 위생의식과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맥락이 스며 있다는 사실, 그리고 올바른 세척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라는 점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에 삼겹살을 싸 먹을 때, 혹은 샐러드를 만들 때 그 상추 한 장을 조금 더 꼼꼼히 씻어보는 것, 그것이 당신의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식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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