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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식물이야기🥬

근대 vs 시금치: ‘헷갈리는 초록 잎채소’의 진짜 정체는?

by yellow-brown 2025. 5. 4.

“이거 시금치된장국 아니야?”
어릴 적 된장국을 먹으며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다가 “그건 근대야”라는 대답을 듣고 혼란스러웠던 기억, 혹시 있으신가요?
근대와 시금치는 대표적인 초록 잎채소지만, 외형과 맛이 비슷해 많은 사람이 쉽게 혼동하곤 합니다. 심지어 시장에서도 “이거 시금치죠?” 하고 묻는 일이 드물지 않죠.
하지만 이 두 채소는 생물학적으로도, 영양학적으로도, 조리 방법에서도 꽤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제 그 혼동의 실체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근대 vs 시금치: ‘헷갈리는 초록 잎채소’의 진짜 정체는?
시금치

외형과 계절: 비슷한 듯 다른 잎과 줄기

겉보기에는 둘 다 푸른 잎에 부드러운 줄기를 가진 나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근대(비트 잎, Chard)는 잎이 넓고 두껍습니다. 마치 바람에 찰랑이는 얇은 종잇장 같은 느낌이 아니라, 살짝 눅눅하고 두툼한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줄기가 인상적인데, 흰색부터 분홍, 노랑, 빨강까지 여러 색을 띠기도 하며 두께도 두툼합니다.

시금치(Spinach)는 상대적으로 잎이 작고 끝이 뾰족하거나 곡선형으로 살짝 오목한 모양이 많습니다. 줄기는 가늘고, 봄철에는 연하고 부드럽지만 늦가을이나 겨울에 나는 시금치는 오히려 당도가 올라가고 아삭한 식감을 줍니다.

수확 시기도 다릅니다.

  • 근대는 여름철이 제철로, 고온에도 잘 자랍니다.
  • 시금치는 쌀쌀한 날씨를 좋아해서 가을~겨울이 제철입니다. 특히 겨울 시금치는 단맛이 강해지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여름에 된장국을 끓인다면 근대가 많고, 겨울 된장국은 시금치가 많습니다.

 

맛과 식감: 부드러운 근대 vs 아삭한 시금치

많은 사람이 근대를 시금치와 헷갈리는 이유는 '된장국에서의 비슷한 존재감' 때문입니다. 둘 다 국에 들어가면 초록빛을 띠며 살짝 부드럽게 익고, 다른 채소보다도 ‘나물’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먹어보면 차이가 확실합니다.

  • 근대는 부드럽고 미끈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열을 가하면 점액질이 나오는데, 이것이 된장국 속에서 약간 미끌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식감에 민감한 아이들은 이 미끈함 때문에 근대를 거부하기도 하죠.
  • 반면 시금치는 살짝 익혀도 아삭하고 풋풋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겨울 시금치는 당도가 높고, 데친 후에도 탄력이 있습니다.

즉, 국물 요리에서 부드럽고 촉촉한 텍스처를 원한다면 근대, 쌉싸름하고 아삭한 느낌을 원한다면 시금치가 더 어울립니다.

 

영양 차이: 철분 흡수율에서 갈린다

두 채소 모두 철분이 풍부한 잎채소로 알려져 있지만, 이 철분이 몸에 얼마나 흡수되는가 하는 면에서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 시금치에는 철분이 풍부하지만, 동시에 옥살산(oxalate)이라는 성분도 다량 들어 있어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즉, 철분은 많지만 흡수율은 떨어지는 셈이죠.
  • 근대 역시 철분과 칼슘이 풍부하지만, 옥살산 함량은 시금치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 근대베타카로틴, 루테인, 비타민 K가 풍부하여 눈 건강과 혈액 순환에 좋으며,
  • 시금치엽산, 비타민 C, 마그네슘이 풍부해 빈혈 예방,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여성이나 어린이, 임산부에게 특히 유익한 채소이지만, 시금치를 너무 많이 생으로 섭취할 경우 신장결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합니다.

 

조리법과 활용: 국, 무침, 쌈까지 다양하게

조리법에서도 두 채소의 활용 폭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갈립니다.

  • 근대는 주로 된장국, 된장찌개, , 국수 고명, 혹은 쌈 채소로 사용됩니다. 데친 후 고추장 양념에 무치면 제법 맛이 깊어지며, 쌈으로 싸먹을 때는 돼지고기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삼겹살의 기름기를 잘 잡아주기 때문이죠.
  • 시금치나물(무침), 된장국, 비빔밥 고명, 샐러드까지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특히 시금치나물은 설날에 빠지지 않는 명절 음식이며, 최근에는 시금치를 생으로 먹는 샐러드용 베이비 스피니치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둘 다 데친 후 물기를 짜고 무쳐먹을 수 있지만, 근대는 오래 삶아도 괜찮고 미끈한 식감이 살아있는 반면, 시금치는 살짝 데쳐야 아삭한 식감과 향이 유지됩니다.

근대 vs 시금치: ‘헷갈리는 초록 잎채소’의 진짜 정체는?
근대

‘헷갈리는 된장국’의 진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헷갈리는 포인트가 바로 된장국 속 초록 채소가 과연 근대인지 시금치인지입니다.

  • 여름에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국, 그 부드럽고 미끌한 잎사귀는 대부분 근대입니다.
  • 반면, 겨울철 혹은 명절 전후에 먹는 된장국 속 푸른 채소는 대개 시금치입니다.

시장에서도 종종 ‘근대된장국’이라 적힌 반찬을 보고 “시금치국이네?”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국물 색깔도 근대는 조금 더 탁하고 진하며, 시금치는 비교적 맑은 편이죠. 미세하지만 이 차이들을 알게 되면, 앞으로는 된장국을 보고도 무슨 채소가 들어갔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 같은 초록빛, 다른 개성

근대와 시금치는 모두 우리가 자주 접하는 친숙한 채소입니다. 하지만 외형, 맛, 영양소, 조리법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개성을 지닌 별개의 식재료입니다. 헷갈리는 초록 채소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식탁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제는 마트나 시장에서 ‘이게 시금치인가, 근대인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 두 채소의 차이를 명확하게 기억해두세요. 건강한 한 끼를 준비하는 데 있어, 작지만 중요한 정보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