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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식물이야기🥬

양배추 vs 양상추: 둘 다 둥글지만, 성격은 정반대?

by yellow-brown 2025. 5. 2.

샐러드나 쌈 채소를 고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게 양배추였나, 양상추였나?" 하고 헷갈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겉모습은 둥글고 푸른 잎을 겹겹이 감싼 형태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은 태생부터 영양 성분, 식감, 조리법까지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채소들이다. 오늘은 이 두 채소가 왜 혼동되기 쉬운지, 그리고 어떻게 구분하고 활용하면 좋은지를 깊이 있게 파헤쳐보려 한다.

양배추 vs 양상추: 둘 다 둥글지만, 성격은 정반대?
양배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뿌리는 다르다

양배추(Cabbage)는 십자화과 배추속에 속하는 채소로, 흔히 '양식 배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반면 양상추(Iceberg lettuce)는 국화과 상추속에 속하는 완전히 다른 계통의 식물이다. 둘 다 둥글게 뭉쳐진 형태로 마트 진열대에 놓여 있어 육안상 비슷해 보이지만, 양배추는 잎이 훨씬 두껍고 무게도 더 묵직하다. 양상추는 수분 함량이 높고 결구가 느슨해 손으로 눌렀을 때 살짝 물컹한 느낌이 든다.

또한 잎의 질감도 다르다. 양배추는 얇은 종이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말려 있고, 색상도 연둣빛보다는 진한 녹색에서 옅은 회녹색에 가깝다. 양상추는 빛을 많이 받지 않은 외피가 연한 초록색을 띠며, 속은 거의 흰색에 가깝다. 시각적 차이는 미묘하지만, 손으로 직접 들어보거나 잎을 떼어보면 확연히 구별된다.

 

영양성분도 완전히 다르다

양배추는 비타민 C, K, U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 U(메틸메티오닌설포늄)는 위 점막을 보호해 위염이나 위궤양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예부터 양배추즙이 위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양배추는 항산화 성분인 글루코시놀레이트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암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

반면 양상추는 대부분이 수분(95%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양성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다이어트를 하거나 수분 섭취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주며, 수분 함량 덕분에 시원한 식감을 주기 때문에 여름철 샐러드에 특히 적합하다. 그러나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농도는 양배추에 비해 현저히 낮다.

양배추 vs 양상추: 둘 다 둥글지만, 성격은 정반대?
양상추

조리법과 용도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양배추는 찌고, 삶고, 볶고, 심지어 김치처럼 절여서도 먹을 수 있는 조리의 다재다능한 스타다. 특히 잎이 두껍고 탄력이 있어 채 썰어도 잘 흐트러지지 않아 볶음요리나 롤, 샐러드에 활용되기 좋다. 일본의 돈가스 옆에 나오는 아삭한 채썬 양배추는 식욕을 돋우는 대표 사례다. 또한 한국에서는 양배추쌈으로 고기를 싸먹거나, 양배추전을 부쳐먹는 등 다양하게 쓰인다.

양상추는 열에 약한 편이다. 조리 시 쉽게 무르고 식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생식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햄버거나 샌드위치 속 채소로 자주 들어가며, 샐러드에 넣으면 시원하고 상큼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열을 가하면 수분이 빠져 흐물흐물해져 버리므로, 뜨거운 국물 요리에 곁들이거나 볶는 용도에는 적합하지 않다.

 

저장성과 신선도 유지에도 차이 있어

양배추는 비교적 저장성이 좋은 채소다. 냉장 보관하면 2주 이상도 유지가 가능하며, 절단 후에도 단면을 랩으로 감싸고 보관하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양상추는 수분이 많고 열에 민감해 빠르게 시들기 쉽다. 특히 잎이 눌리거나 압력이 가해지면 쉽게 갈변되므로, 보관 시에는 키친타월로 감싸거나 물기를 제거한 후 밀폐 용기에 넣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식당이나 급식소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배추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패스트푸드나 샐러드 전문점처럼 빠른 회전을 요하는 업장에서는 양상추를 사용한다. 신선도 유지와 유통 환경에 따라 어느 쪽을 선택할지도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상황에 어떤 채소를 선택해야 할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양배추는 조리가 필요한 요리나 영양 보충용, 양상추는 생식, 특히 시원한 식감을 원하는 샐러드나 햄버거용으로 적합하다. 다이어트나 저칼로리 식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양상추를, 위장 건강을 챙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양배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둘을 대체재로 착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마트에서 둘 중 하나만 보고 "어차피 비슷하겠지" 하고 샀다가 원하는 요리의 식감과 맛이 망쳐지는 경우도 많다. 고기쌈을 위해 산 양상추가 익혀 먹기엔 너무 물러지거나, 생샐러드를 만들려고 꺼낸 양배추가 너무 질기고 두껍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 둥글지만 서로 다른 두 채소, 현명하게 구분하자

양배추와 양상추는 우리 식탁에서 자주 만나지만, 실제로는 유전적, 영양적, 조리 방식까지 전혀 다른 식물이다. 겉보기엔 닮았지만, 용도와 식감, 건강효과까지 전혀 다르기에 이 두 채소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트에서 헷갈리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오늘부터는 이름표만 보지 말고 채소의 본질까지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