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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식물이야기🥬

배추와 봄동의 차이: 겨울 끝자락에서 만나는 봄의 맛

by yellow-brown 2025. 5. 2.

봄철 마트에서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잎을 가진 채소를 마주하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거 그냥 어린 배추 아냐?” 아니면 “배추랑 뭐가 다른 거지?”
봄동은 외형은 배추를 닮았지만, 결코 '어린 배추'라고 단순화할 수 없는 독립적인 매력을 지닌 채소다. 이 글에서는 배추와 봄동의 명확한 차이점을 식물학적 분류부터 생육 환경, 영양 성분, 맛과 요리 활용도까지 전방위적으로 비교해본다.

 

1. 식물학적으로는 '가족', 그러나 품종은 다르다

배추(Brassica rapa subsp. pekinensis)와 봄동(Brassica rapa var. perviridis)은 모두 십자화과(Brassicaceae) 채소로 분류된다. 식물학적으로는 ‘가족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종 내에서도 품종과 생장 형태, 결구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재배법과 수확 시기, 맛까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 배추는 우리가 김장을 할 때 쓰는 그 커다란 채소로, 잎이 단단하게 겹쳐져 중심부가 노란색을 띠며 ‘결구’된 형태다.
  • 봄동은 ‘결구하지 않는 배추 품종’ 중 하나다. 즉, 잎이 겹쳐지지 않고 활짝 펴진 채 자라며, 외관상 겉절이나 나물로 쓰기 좋은 형태를 띤다.

즉, 봄동은 ‘비결구성 조생 배추 품종’으로 분류되며, 같은 배추 계열이지만 다른 품종이다. 봄동은 김장배추처럼 크게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봄철 입맛을 돋우는 연한 채소’로 쓰이도록 품종 개량되었다.

배추와 봄동의 차이: 겨울 끝자락에서 만나는 봄의 맛 - 배추
배추

2. 생육 시기와 재배 환경의 차이

배추와 봄동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재배 시기와 수확 시기다.

품목 파종 시기 수확 시기 재배 방식
배추 8월 중순~9월 초 10월~11월 노지 재배, 김장용
봄동 10월 중순~11월 초 2월~3월 월동 후 수확, 저온에 강함
  • 배추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 파종해 가을에 수확한다. 빠르게 자라 결구 상태로 단단하게 형성되며, 주로 김장이나 국거리, 볶음용 채소로 사용된다.
  • 봄동은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땅속에서 월동(越冬)한 뒤, 이듬해 2~3월에 수확된다. 겨울의 찬 바람을 맞으며 자라기 때문에, 잎이 단단하면서도 쫀득하고 단맛이 강하다.

봄동은 노지 재배가 많으며, 남부 해안 지역과 제주도, 전남 해남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저온에도 강하기 때문에 무가공 상태로 겨울을 나며, 봄이 되면 특유의 단맛과 향긋함을 갖게 된다.

 

3. 맛, 식감, 영양 성분의 차이

맛과 식감의 비교

  • 배추는 결구 형태로 자라기 때문에 겉잎은 질기고 속잎은 부드러운 이중 식감을 갖는다. 날로 먹기엔 다소 텁텁할 수 있으나, 끓이거나 절였을 때 감칠맛이 좋다.
  • 봄동은 줄기와 잎 모두 연하고, 생으로 먹어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있다. 특히 입안에서 꼬들꼬들한 식감과 단맛이 어우러져 겉절이에 최적이다.

영양소 비교

두 채소 모두 비타민 C, 칼륨,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봄동은 특히 월동 후 수확되면서 당분과 항산화 성분이 배추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봄동은 일반 배추보다 비타민 C 함량이 약 1.2~1.5배 높고, 베타카로틴 함량도 더 풍부한 편이다.

성분(100g당) 배추 봄동(평균)
비타민 C 25mg 35mg 이상
식이섬유 1.2g 1.5g
칼륨 250mg 270mg
칼슘 60mg 70mg

봄동은 특히 해독 작용, 면역력 강화, 감기 예방 등에 좋은 채소로 알려져 있으며, 봄철 환절기에 건강식으로 자주 활용된다.

배추와 봄동의 차이: 겨울 끝자락에서 만나는 봄의 맛 - 봄동
봄동

4. 조리법의 차이와 식문화 속 자리

배추 활용법

배추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김장김치의 주재료로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외국에서는 코리안 배추(Korean cabbage)로 불리며 김치와 함께 수출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 된장국, 배춧국, 배추찜
  • 볶음요리, 특히 돼지고기나 고등어와의 궁합이 뛰어남
  • 속이 차 있는 결구형 잎은 익혀도 모양이 잘 유지되어 롤 요리로 활용 가능

봄동 활용법

봄동은 생식이 가능하고 향긋함과 단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침과 겉절이, 샐러드에 최적이다. 특히:

  • 봄동겉절이: 고춧가루, 마늘, 액젓을 넣은 양념에 살짝 버무려 먹는 봄철 별미
  • 된장무침: 된장, 참기름, 마늘로만 양념한 구수한 나물 요리
  • 봄동전: 부침개 형태로도 즐기며, 다른 나물보다 식감이 살아 있다
  • 샐러드: 들기름, 간장, 유자청 등과 궁합이 좋다

봄동은 씹을수록 단맛이 나기 때문에 아이들 반찬으로도 인기가 높다.

 

5. 소비자 구매 팁과 보관법

봄동 구매 시 팁

  • 잎이 활짝 퍼져 있으면서 연한 초록색을 띤 것이 가장 맛있다.
  • 줄기 부분이 너무 굵지 않고 연하면서도 단단한 것이 신선하다.
  • 잎 끝이 마르지 않고 수분이 많아 보이는 것을 고를 것.

봄동은 물에 오래 담가두면 아삭한 식감이 떨어지므로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바로 제거하고, 신문지에 싸서 냉장 보관하면 3~5일은 유지된다.

배추 보관 팁

  • 겉잎을 벗기지 않고 보관해야 수분 손실이 적다.
  • 배추는 뿌리 부분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아래로 젖히지 말고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 냉장 보관이 원칙이며, 1~2개월 저장 가능한 김장용 배추도 있다.

 

마무리: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밥상의 흐름

배추와 봄동은 계절의 전환기를 밥상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채소다.
겨울 동안 속을 채워가던 배추가 김장김치로 변신할 즈음, 조용히 흙 속에서 겨울을 견디던 봄동이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그들이 담고 있는 계절의 기운, 맛의 결, 쓰임새는 서로 다르다.
이제 봄이 시작되는 지금, 마트에서 봄동을 만난다면 망설이지 말고 장바구니에 담자.
봄을 가장 먼저 밥상에 올리는 방법, 그건 바로 봄동 한 접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