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향이 강한 채소’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고수와 미나리다. 둘 다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어 음식의 풍미를 확 바꾸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이 두 채소는 생김새부터 사용 방식, 심지어 향을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까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초록빛 나물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미나리는 봄의 향기이고, 고수는 비누맛 지옥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채소는 어떻게 다르며, 왜 사람들은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일까?
외형적으로도 닮은 듯 다른 두 나물
고수(Coriandrum sativum)와 미나리(Oenanthe javanica)는 모두 잎이 촘촘히 갈라지고 줄기가 연약하며 초록색을 띠는 채소다. 언뜻 보면 미나리 무침이나 고수를 처음 보는 사람은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잎의 모양과 줄기의 생김새, 향의 세기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고수는 잎이 더 작고 톱니 모양에 가까우며, 줄기가 얇고 짧은 편이다. 반면 미나리는 잎이 더 넓고 물결 모양이 두드러지며 줄기는 보다 통통하고 길다. 고수는 종종 잎만 따로 사용하는 반면, 미나리는 줄기까지도 식용으로 활용되며, 특히 나물 요리에서는 줄기의 식감이 중요하다.
향의 차이: 고수는 논쟁, 미나리는 계절
고수의 향은 그야말로 극과 극의 반응을 유발한다. 고수는 강한 비누 향 또는 풀냄새와 비슷한 향을 내는데, 이 향에 대해 혐오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고수혐오(일명 코리앤더 혐오)”가 널리 퍼져 있으며, 유전자적인 요인도 일부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고수의 향을 비누 냄새, 썩은 풀, 화장품 냄새라고 묘사한다. 이는 고수의 주요 향 성분인 알데하이드 화합물이 특정 사람의 미각 수용체에 의해 불쾌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반면 미나리는 봄이 되면 반가운 향으로 여겨지는 존재다. 미나리 특유의 청량하고 알싸한 향은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효과적이며, 한국에서는 미나리 향을 싫어한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맵고 시원한 향은 해장국, 탕, 나물 무침 등에 잘 어울리며, 삶아도 그 향이 살아 있어 향긋한 봄나물로 각광받는다.
문화적 사용 방식: 고수는 세계적, 미나리는 지역적
고수는 아시아, 중남미, 중동, 지중해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향신 채소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똠얌, 쌀국수, 팟타이 등 거의 모든 요리에 고수가 들어간다. 중동 지역에서는 고수씨(코리앤더 씨앗)를 향신료로 사용하며,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살사나 타코의 필수 재료다. 인도에서도 커리 요리나 찬 요리에 고수가 자주 쓰인다.
반면 미나리는 한국, 일본, 중국 일부 지역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 국한된 채소로, 한국에서는 특히 나물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미나리는 생으로도 먹지만, 보통은 데쳐 무침이나 국, 탕, 전 등으로 활용되며, 봄철에만 나는 ‘계절 채소’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역에 따라 ‘논미나리’, ‘돌미나리’ 등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자연산일수록 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영양 성분과 효능
고수는 항산화 성분, 비타민 A, C, K, 철분,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며, 특히 고수 잎은 해독 작용과 소화 촉진,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 의학에서는 고수가 열을 내려주고 독소를 배출하는 약초로도 쓰여 왔다. 다만, 강한 향으로 인해 다량 섭취하기보다는 ‘향신료’처럼 소량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나리는 칼슘, 칼륨, 베타카로틴, 식이섬유 등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특히 혈액 정화 작용과 간 기능 개선에 좋다고 전해진다. 예부터 ‘해독의 채소’로 불렸으며, 알코올 해독에도 효과적이라 ‘해장국 미나리’가 널리 퍼졌다. 봄철 환절기 면역력이 약해지는 시기에 미나리국, 미나리무침이 사랑받는 이유다.
조리법과 활용도
고수는 열을 가하면 향이 약해지므로 생으로 먹는 용도가 대부분이다. 생선이나 고기 요리 위에 토핑처럼 얹어 향을 강조하거나, 쌀국수에 듬뿍 넣어 향을 살린다. 고수씨는 말려서 갈아 커리나 수프에 넣기도 하며, 인도 요리의 기본 향신료 중 하나다. 독특한 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요리의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미나리는 익혀서 먹는 경우가 많고, 다양한 조리법에 어울린다.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향긋한 풍미가 국물에 퍼지며, 데쳐서 무침으로 먹을 때는 초고추장이나 된장 양념과 찰떡궁합이다. 또한 삼겹살과 미나리를 같이 구워 먹는 ‘미나리 삼겹살’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생으로 쌈으로도 먹지만, 고수처럼 톡 쏘는 향이 아니라 부드러워 활용 범위가 더 넓다.
결론: 두 채소는 향긋하되, 접근 방식은 정반대
고수와 미나리는 모두 향으로 승부하는 채소지만, 문화적 인식, 향의 성격, 요리 활용, 유통 방식까지 서로 대조적인 면이 많다. 고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지만 호불호가 극명하며, 미나리는 한국을 중심으로 사랑받는 계절 채소로 대중적이다. 이 두 채소를 모두 경험해보는 것은 단순한 식재료 비교를 넘어서, 각기 다른 식문화의 매력을 느껴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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