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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식물이야기

🍋레몬그라스에 레몬은 없다? : 향기 속 진실을 찾아서

by yellow-brown 2025. 5. 26.

한여름 오후, 허브티 한 잔을 마시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은은하게 코끝을 간질이는 상큼한 향기가 기분을 정돈해 준다. 이 향기의 정체는 다름 아닌 ‘레몬그라스’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레몬그라스에 정말 레몬이 들어간 걸까? 많은 사람들이 '레몬그라스'라는 이름을 보고 레몬과 직접 관련된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이름 속에 숨은 진실과 함께, 레몬그라스가 인류의 식문화와 약용, 심지어 산업까지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레몬그라스에 레몬은 없다? : 향기 속 진실을 찾아서

🍃 레몬그라스는 무엇인가?

레몬그라스는 학명 Cymbopogon citratus, 벼과(Poaceae)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다. 말 그대로 ‘풀(grass)’이다. 뾰족하게 길게 자란 잎이 마치 억센 풀처럼 보이며,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란다. 원산지는 인도, 스리랑카, 동남아시아이며, 오늘날에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심지어 온실 속 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재배된다.

줄기 아랫부분은 파처럼 단단하고 잎은 날카롭지만, 잎을 비벼보면 놀랄 만큼 상큼한 레몬향이 퍼진다. 실제로 향을 맡아본 이들은 "이게 과일이 아니라 풀이라고?"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 향은 어디서 오는 걸까?

 

🧪 시트랄, 레몬향의 비밀

레몬그라스의 향은 주로 시트랄(citral)이라는 성분에서 비롯된다. 이 물질은 레몬 껍질의 에센셜 오일에도 들어 있는 방향성 알데하이드로, 레몬그라스 100g당 약 70~80%의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 시트랄 외에도 다음과 같은 향기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 제라니올: 장미향과 유사, 항균 효과
  • 리모넨: 오렌지・감귤류의 주된 향 성분
  • 미르센: 고요한 초록빛 향, 진정 효과

이 덕분에 레몬그라스는 단순한 향초를 넘어 요리, 차, 아로마테라피, 제약, 미용 산업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 세계 식문화 속 레몬그라스

레몬그라스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곳은 단연 동남아시아다. 특히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는 국물 요리, 볶음 요리, 커리, 해산물 요리에 빠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요리

  • 톰얌꿍: 태국의 매운 새우 수프. 레몬그라스와 갈랑가, 라임잎이 시트러스한 향을 냄.
  • 분보후에: 베트남 중부지방의 매콤한 쇠고기 국수, 레몬그라스로 국물 향을 잡음.
  • 사떼: 인도네시아식 꼬치구이. 레몬그라스 줄기를 꼬치로 활용하기도.

서양에서도 최근 들어 건강과 천연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허브티와 디톡스 음료로 각광받고 있다. 카페인 없이도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 천연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 향기요법과 현대 산업

레몬그라스 에센셜 오일은 스트레스 완화, 피로 회복, 항균 작용, 모기 기피 등 다양한 효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아로마테라피용 디퓨저, 천연 모기약, 천연 비누, 샴푸 등에 널리 쓰인다.

주요 산업 응용

  • 제약: 항균・항염 성분으로 피부 질환 보조 치료제 개발
  • 화장품: 오일 컨트롤 및 상쾌한 향기 효과
  • 생활용품: 살균 소독제, 방향제, 곰팡이 억제제
  • 농업: 유기농 해충 방제제 대체물로 연구 중

 

🏡 가정에서 키우는 레몬그라스

레몬그라스는 재배 난이도가 낮고 생장 속도가 빠른 허브 중 하나다. 한국의 봄~가을 기후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으며, 겨울엔 실내로 들이면 된다.

재배 팁

  • 햇빛: 하루 6시간 이상. 베란다, 창가에서 잘 자람.
  • 토양: 배수가 잘되는 흙 (마사토+상토)
  • 물주기: 겉흙이 마르면 듬뿍. 과습만 피할 것.
  • 번식: 마트에서 산 생 줄기를 물꽂이 → 뿌리 발생 후 흙에 심기

수확한 잎은 그늘에서 말려 차로 쓰거나, 냉동보관해 국물 요리에 사용하면 된다. 신선한 레몬그라스를 사용한 차는 소화 촉진, 두통 완화, 숙면 유도에도 좋다고 전해진다.

 

🌿 왜 이 식물에 '레몬'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이름은 단순히 ‘향’에서 온 것이다. 학명 Cymbopogon citratus의 ‘citratus’는 라틴어로 ‘레몬향 나는’을 뜻한다. 실제로 ‘레몬그라스’는 전 세계 수십 종의 Cymbopogon 속 식물 중 향이 가장 뛰어난 종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이름은 닮았지만 식물은 다르다’는 허브 세계의 속임수는 우리가 식물을 보는 관점과 식문화를 해석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마무리하며: 이름 속에 담긴 식물의 교양

레몬그라스는 그 이름이 주는 오해와 달리, 수천 년 동안 의료, 요리, 향기, 산업 전반에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 식물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이름만 보고 쉽게 오해하는 식물들이 많다. 레몬그라스는 ‘이름과 실체의 불일치’가 어떻게 오히려 대중성을 확보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다음에 레몬그라스 차를 마실 때, 단순한 허브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