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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식물이야기

오이와 수박이 ‘쓴맛’ 난다고? : 입맛이 아니라 유전자의 차이

by yellow-brown 2025. 6. 11.

당신이 몰랐던 식물 향에 대한 진실

여름이면 빠질 수 없는 채소와 과일, 바로 오이와 수박입니다. 샐러드나 냉국, 디톡스 워터에 빠지지 않는 오이. 더위에 지친 몸을 식혀주는 달콤한 수박.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여름 별미를 "못 먹겠다", "비린내가 나고 입에서 쓴맛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처음엔 입이 까탈스러운 줄 알지만, 알고 보면 맛과 향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 유전적인 민감성이 작용하는 아주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특히 오이와 수박 같은 박과 식물(Cucurbitaceae) 에는 특정 향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에 따라 이를 악취로 인식하기도 해요. 오늘은 오이와 수박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짚어볼게요.

오이와 수박이 ‘쓴맛’ 난다고? : 입맛이 아니라 유전자의 차이

1. 오이가 쓴 이유?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천연 방어물질 때문!

오이에서 쓴맛이나 비린 향이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이 물질은 오이뿐 아니라 박, 호박, 참외, 수박 등 박과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방어용 화학 물질이에요.

  • 쿠쿠르비타신은 해충이나 동물의 섭식을 막기 위해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쓴맛 성분입니다.
  • 특히 오이의 껍질이나 꼭지 부근, 또는 너무 익지 않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오이에서 많이 생성돼요.
  • 이 쓴맛에 민감한 사람은 극소량만으로도 불쾌한 맛과 향을 강하게 느낍니다.

게다가 오이는 알데하이드 계열의 '신선한 풀향',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이냄새’가 꽤 강한 편인데, 이는 후각 수용체에 따라 어떤 사람에겐 상쾌한 향, 어떤 사람에겐 비린내나 썩은 향으로 인식될 수 있어요.

 

2. 수박도 못 먹는다고? ‘수박 비린내’의 정체

수박은 기본적으로 달콤하고 시원한 과일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수박을 먹을 때 "비린내가 난다", "쓴맛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 수박 역시 박과 식물로, 오이와 비슷한 향기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특히 덜 익은 수박이나 껍질 근처에는 미량의 쿠쿠르비타신이 존재할 수 있어요.
  • 또, 수박에는 지질 산화물이 분해되며 생기는 녹취한 향기(‘그린노트’)가 있는데, 이게 민감한 후각에는 비린내 혹은 곰팡이 냄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향 성분에 반응하는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예요.
일부 연구에서는 이 향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향의 강도나 쓴맛을 느끼는 민감도 또한 개인차가 크다고 보고합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시원한 과일향’이, 다른 사람에겐 ‘오물 비린내’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겁니다.

 

3. 고수, 민트, 오이... 모두 같은 이유로 싫어지는 식물들?

오이나 수박뿐 아니라, 고수(cilantro), 민트, 심지어 바질이나 셀러리처럼 향이 강한 허브를 못 먹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특정 알데하이드 성분에 대한 유전적 민감도가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 고수에서 나는 ‘비누 냄새’는 알데하이드 계열 향기로, 특정 유전자(OR6A2)를 가진 사람에게 강하게 느껴져요.
  • 민트의 시원한 향을 ‘화학 약품 향’이나 ‘치약 향’으로 싫어하는 경우도 같은 원리입니다.
  • 오이도 비슷한 계열의 향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민감한 사람에겐 매우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즉, 이런 향에 민감한 사람은 단순히 편식하는 게 아니라, 신경생리학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에요.

 

4. 정말 민감하면 알레르기 반응도? ‘오이 알레르기’도 존재한다!

오이나 수박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입안 가려움증이나 속쓰림, 복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단순한 미각 문제를 넘어선 식품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어요.

  • 오이에는 프로필렌글리콜과 알데하이드 계열 화합물이 존재하며, 이는 일부 사람에게 과민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특히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오이나 수박, 키위, 바나나 같은 식물에 교차 반응(cross reaction)을 보이기도 해요.
  • 증상이 반복된다면 음식 민감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5.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지만, 적응할 수는 있어요

오이나 수박이 몸에 특별히 나쁘진 않지만,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억지로 먹는 것이 오히려 식습관에 대한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어요. 하지만 향에 대한 민감도는 어느 정도 훈련이나 적응으로 완화될 수 있습니다.

  • 오이는 껍질을 벗기고, 꼭지 부분을 제거한 후 조리해서 시도해 보세요.
  • 소금에 절이거나, 식초・참기름 등 향을 덮는 양념을 사용하면 덜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수박도 찬 상태보다 실온에서 조금 온도를 올린 후 먹으면 향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억지로 좋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식재료는 선택의 문제이며, 타고난 감각의 차이를 존중하는 게 가장 건강한 태도입니다.

오이와 수박이 ‘쓴맛’ 난다고? : 입맛이 아니라 유전자의 차이

✔️ 정리하자면:

  • 오이・수박 못 먹는 건 편식이 아니라 유전적・생리적 민감성 때문!
  • 주요 원인은 박과 식물의 쓴맛 성분(쿠쿠르비타신), 그리고 향기 성분에 대한 후각 반응입니다.
  • 일부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까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억지로 먹기보다는 조리법이나 향 제거 방법으로 점진적인 적응을 시도해볼 수 있어요.